+ 영화 내용이 가득합니다. 영화 보실 분은 아래 내용 보지 마세요.

 

+ 용서는 없다 길래 설경구가 자기 딸래미를 납치한 놈들을 용서 안 한다는 소린 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까 류승범이 다른 사람들을 용서 안 한다는 소리더라. 뭐 결과적으로는 설경구도 류승범을 용서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도 용서하지 못했으니 두 주인공 모두에게 용서란 없었던 걸까.

 

+ 마지막 류승범의 말처럼 누군가를 용서하는 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를 관대하게 용서하고 이해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그저 그런 척 가식을 떨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타인을 용서했다는 자기 만족에 빠져 스스로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인지하면서 말이다.

 

+ 내가 이 영화 감독이었다면 설경구가 딸을 안아 들려는 순간, 딸의 목이 옆으로 툭 떨어져 데구르르 구르는 모습까지만 보여주고 바로 스탭롤 올렸을 거다. 이 영화의 결말은 모든 걸 하나 하나 다 설명해 주는 것 보다, 영화 보고 집에 가면서 내용을 하나 하나 곱씹는 동안 느릿하게 떠오르는 충격이 훨씬 더 자극적일 같아서. 친구 말로는 ‘우리나라 일반 관객들은 설명 안 해주면 거기까지 알아채질 못하니 어쩔 수 없어' 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정도 반전은 딸이 이미 죽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는 순간 다 간파할 같은데.

 

+ 알고 보거나 모르고 보거나 영화의 결말은 정서적으로 제법 자극적이다. 마지막 한 번의 폭발을 위해 차곡차곡 화약 가루를 쌓아 두었으니 그럴 수 밖에. 사체를 두고 굳이 지저분한 소리를 내뱉는 설경구나, 해부 과정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보여주는 거나, 모두 다 처음부터 의도된 장치였으니. 일부러 관객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시체를 토막 낸 이유를 금강 하구 둑과 연결시키는 꼼수도 부리고. 아무튼 보면서 감독 참 끈덕지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보는 사람을 괴롭히는 영화는 싫다. 착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 하는 걸 조마조마하게 보여주면서 사람 옥죄이는 그런 영화. 세븐 데이즈도 그렇고, 시크릿도 그렇고.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보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서 싫다.

 

+ 시체로 나왔던 오은아 역 배우가 제법 예뻐 보이길래 정보를 좀 찾아봤더니, 슈퍼모델 선발 이후 카메라 테스트에서 번번이 떨어져 성형을 결심하고, 국내 최초 성형 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서 1등을 차지한 아가씨라고 한다. 용서는 없다 시체 더미 만드느라 일곱 시간 넘게 전신 본을 떴다고. 참 대단한 아가씨다. -ㅅ-);;

 

+ 근데 명색이 국내 최고의 검시관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서 두 사람 사체가 섞여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나? 설경구가 류승범을 취조하던 중에 너무도 절묘하게 딸래미 목소리 녹음한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그렇고. 파고 들어가면 허점이 너무 많다. 억지로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 다 설명할 방법이야 있겠지만, 관객들이 애써 변명까지 해가면서 논리적 허점을 덮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줄 필요는 없는 거니까.


+ 고등학교 다닐 때 장윤현이 감독한 텔 미 썸딩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던 때가 생각 난다. 한국형 하드고어 스릴러 어쩌고 하면서 영화가 너무 잔인하다고 언론이며 사람들이 난리를 쳤었는데, 요새 그 정도 갖고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듯. 딴 소리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수위 때문에 놀랐던 영화는 배틀 로얄이랑 색계 둘 뿐이었던 것 같다. 배틀 로얄은 일본 영화 수입을 엄청 보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시기에 당시 검열 수위로는 가히 충격적이랄 있는 잘린 사람 목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서 깜짝 놀랐고, 색계는 중화권 메이저 영화 치고 베드신이 너무 야해서 놀랐고.

 

+ 김형준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란다. 다음 영화를 기대해 보자.



iPad 관련 잡상

생각 2010/02/01 13:57

사물의 효용이란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iPad는 참 흥미로운 디지털 기기다. iPad는 물리적인 덩치가 커진 iPod Touch이자, Kindle과 비교되는 e-Book Reader이며, 문서 편집 기능을 갖춘 Tablet PC이기도 하다.

 

스티븐 잡스의 키노트 발표 하루 전, iPad의 베타 테스터가 공개했다는 iPad의 스펙이 트위터를 타고 공개되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iPad는 10인치에 육박하는 OLED 디스플레이에 HDTV Tuner를 내장하고 PVR 기능까지 갖춘 괴물 같은 스펙의 디지털 기기였다. 루머를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연스레 iPad을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기로 인식했고, 그런 뱡향으로 iPad의 역할을 포지셔닝한 사람들은 실제로 공개된 iPad을 보고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기기의 하드웨어 스펙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멀티미디어 재생기기, e-Book Reader, Tablet PC, iPod Touch.

iPad에게 기대되는 수많은 역할들 속에서 애플과 잡스는 조화를 꾀했다. 앞서 언급된 모든 기능들을 조화롭게 갖추었으며, Apple에서 출시하고 있는 다른 기기들 – iPod Touch, MacBook, 그리고 Apple의 대표적인 BM인 iTunes와 Appstore, iPad의 출시로 새롭게 도출된 BM인 e-Bookstore와도 조화를 이루었다. (※ 1)

 

그러나 깐깐하게 말하면 iPad은 자신에게 기대되던 역할 중 어느 하나도 확실하게 캐치해내지 못했다. mp4 포맷의 강요와 HDMI 단자의 부재, 그리고 부족한 저장공간은 멀티미디어 재생기기로서의 역할을 약화시켰고, 오랜 시간 글을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LED 백라이트 액정과 비교적 짧은 배터리는 e-Book Reader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Keyboard와 USB 단자의 부재, 멀티태스킹과 Flash 미지원은 Labtop 역할의 대행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며, Camera와 GPS 기능의 부재는 3G 모듈이 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iPod Touch나 iPhone만큼의 활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 2, 3)

 

iPad는 iPod처럼 자신의 역할을 확고하게 포지셔닝한 기기로 출발하지 않으며, iPod Touch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큼의 혁명적인 진화도 없다. 그러나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지금껏 발표된 그 어떤 휴대 가능한 디지털 기기보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iPod Touch가 3세대까지 진화하는 동안 휴대용 게임기로서 놀라운 기능을 수행하며 시장을 침범했듯, iPad도 사용자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의 역할을 확장하는 성장 가능성 또한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iPad는 흥미로운 기기다.

 

아래 링크한 블로그 글에 언급된 표현을 빌려, iPad를 통해 보여준 Apple의 행보는 정말 너무 빠르고 압도적이다. CES에서 Apple을 의식하듯 앞다투어 스마트폰과 Tablet PC를 쏟아내는 제조업체들의 모습을 보라. 우리는 이미 Apple이 주도하는 변화에 휩쓸려 있다. 안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야 할지, 즐거우면서도 두려운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1 : http://blog.daum.net/miriya/15600940

※ 2 : http://blog.naver.com/lemocin/110079474694

※ 3 : http://www.wired.com/gadgetlab/2010/01/ten-things-missing-from-the-ipad/#ixzz0dxyQIBJQ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 반이다. 출국 편은 아침 9시 20분 발 제주항공. 4년만의 해외 여행이라 감이 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여유 있게 비행기 시간 두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고 하더라. 공항 면세점에서 시계도 사야 하고 롯데 면세점 인도장에서 받아야 할 물건도 있어서, 친구들의 조언을 기반으로 시간을 따져보니 근처에서 여섯 시 오 분에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를 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무튼 평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둘러 씻고 짐 챙기고 출발할 준비를 해야 했다. 게다가 평소 습관대로 전날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더니 정신도 대략 혼미한 상태. 전날 자기 전에 짐을 미리 싸놔서 얼마나 다행인지.

 

4년 만에 타보는 리무진 버스. 오른 쪽 아래에 보이는 빨간 여행용 케이스가 내 짐.

 

 

일본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추천하던 100배 즐기기.

지도가 불친절하다는 점과 지역별로 분책이 안 된다는 걸 빼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음.

 

예정대로 여섯 시 오 분 버스를 잡아 탔다. 버스에서 부족할 수면을 보충할 생각이었는데, 4년 만에 가는 일본 여행에 대한 설렘과 여행 일정을 전혀 짜지 않았다는 심리적 압박감 덕분에 주말에 급하게 구매한 가이드 북을 보느라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리 위. 바다가 보여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차는 달리고 달려 일곱 시 근방에 인천 공항에 도착. 비수기, 그것도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공항은 제법 한산했다. 제주항공 카운터 쪽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대기 시간 거의 없이 짐을 맡기고 티켓을 받았다. 시계를 보니 일곱 시 이십 분. 아, 이거 일찍 와도 너무 일찍 왔다. –_-;; 

 

괜히 허세 부리느라 음료를 카푸치노로 주문했다가 느끼해서 고생. -_-;;

 

제주항공이 워낙 저가 항공사라 정상적인 기내식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 하여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일단 아침부터 먹기로 결정. 우동이 좀 댕겼는데 어차피 일본 가면 본토의 우동을 먹을 기회도 많을 텐데 벌써부터 입맛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맥도날드로 발걸음을 돌렸다.

 

엣지 있게 맥모닝 에그 맥머핀 세트로 아침을 해결... 하려 했는데 엣지는 개뿔. 어우, 역시 한국 사람은 아침에 따뜻한 국물을 곁들인 밥이 짱인 모양이다. 짜고 느끼하고, 대체 어떻게 아침에 이걸 즐겨 먹을 수가 있는 거야. –_-;;

 

좀 치우고 살자.

 

아무튼 아침을 먹으면서 습관적으로 주변을 관찰하는데 (혼자 있을 때 버릇이다. 주변 관찰하기) 사람들이 자기가 먹은 그릇이며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고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 놓고 가버리더라. 딱히 주변을 정리하는 점원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아 사람이 왔다 갔다 할 때 마다 쓰레기에 점유된 테이블이 하나 씩 늘어가고. 한 삼십 분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자기 쓰레기 치우고 간 사람은 나랑 홍콩 사람으로 추정되는 남자 한 명 밖에 없었다. 남의 나라라고 매너 없이 저러지 맙시다. 하다못해 쓰레기통 근처에라도 갖다 놔야지. 쯔쯔.

 

아무튼 아침 식사를 해결한 다음, 간단하게 이런 저런 출국 전 수속 절차를 마치고 면세점으로 이동. 인터넷 면세점에서 시계를 사려다 시간에 치여서 마감 전에 결제를 못해서 그냥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려 했는데, 이거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 600불 짜리 시계가 1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니 이거 원. 시계는 나중에 지인이 외국 나갈 일 있으면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던가 해야겠다.

 

저 멀리 내가 타고 갈 제주항공 비행기가 보인다. 두근두근.

 

그리고 2005년 여름 이후 약 44년 만에 비행기에 탑승.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전보다 더 설레고 가슴 두근거릴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번 가봤던 곳에 또 가보는 거라 묘한 익숙함 비슷한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약간 그리운 느낌도 들고. 일본에서 어떻게 좋은 인-_-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기대도 살짝 해보고. 크크크...

 

좌석 앞뒤 간격은 딱 한 뼘;; 그래도 막상 타보면 생각처럼 불편하진 않다.

 

제주항공 비행기는 가격을 생각해 보면 탑승 환경이 제법 쾌적한 편이었다. 처음에 딱 탔을 때는 앞뒤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 보여서 깜짝 놀랐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 JAL 이코노미 클래스 탈 때도 비슷했던 것 같긴 했다. 아무튼 제주항공이 정말 저가항공이구나, 하는 건 잠시 후에 다른 곳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 –_)

 

아… 날개 기름 닦아주고 싶다…

 

슬슬 이륙 준비를 하러 활주로로 이동하는 비행기. 여담이지만 난 처음 비행기 타기 전까지는 사람들 탑승이 끝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아서 쿠오오 엔진 내뿜으면서 달리다가 육상 선수들 멀리 뛰기 하듯이 팟!! 하고 떠오르면서 이륙할 줄 알았다. 나이 스물 넘게 먹어서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순수하다고 할지, 멍청하다고 할지. -ㅅ-) 조금만 생각해 보면 뻔히 알 있는 일인데 말이지. 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비행에 대한 어떤 로망 같은 것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난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한참 털털거리면서 굴러가는 모습은 여전히 구질구질해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활주로에서 간지 안 나게 자동차랑 같이 달려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비행기 자존심이 있지, 쯔쯔.

 

너머로 인천 대교가 보인다. 바다 위에 저 긴 다리를 대체 어떻게 놓은 건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꼭 디오라마를 보는 것 같다. :D

 

안개가 심해서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압도적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지상의 경치는 언제나 즐겁다. 디오라마 같은 산 위에 솜처럼 덮어놓은 구름을 보면 더욱 흐뭇흐뭇. :^)

 

비행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스스로 절대로 해낼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달리기도 수영도 잠수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인간이 할 수는 있지만, 하늘을 나는 것 만큼은 인간 본연의 능력으로 절대 불가능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니까.

 

이… 이것이 바로 제주항공의 기내식인가!?

 

제주항공이 초저가 항공사라는 게 티가 나는 대목.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에 비하면 한참 저렴했던 JAL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주항공은 그냥 음료에 삼각김밥 하나 덜렁 나온다. 티켓 값이 그토록 싼데 뭐 좋은 걸 바라는 것도 무리긴 하다만. –_-a

 

아무튼 기내식 대신(?) 나온 후리카케를 듬뿍 묻힌 야끼니꾸 오니기리는 제법 괜찮았다. 다만 후리카케 특유의 인공 조미료 비슷한 맛이 조금 거슬리는 편. 음료는 맥주를 한 잔 부탁해 볼까 하다가 가뜩이나 수면 량이 부족해서 피곤한데 괜히 낮술 마시고 녹초 상태로 일본 도착하는 거 아닌가 싶어 그냥 오렌지 주스로 양보;

 

제주항공 수고하셨어요. 아, 저 윙크하는 표정 은근 귀엽다.

 

Welcome to KANSAI!! 저도 반가워요!! :^D

 

시간 반에 걸친 비행 끝에 칸사이 공항에 도착. 신종 플루 때문에 공항 직원들 모두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하는 내내 저러고 있으면 어마어마하게 답답할 것 같은데. 저주받을 질병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다.

 

공항 일 층 안내데스크에서 지도를 받고, 바로 옆 티켓 판매 부스에서 USJ 티켓과 칸사이 소롯토 패스 2일권을 미리 질렀다.

 

USJ 티켓은 정해진 기간 중 원하는 날 아무 때나 하루 쓸 수 있으니, 여행 일정에 USJ가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다만 정가 5,800엔 모두 주고 사야 하기 때문에, 시내 곳곳에 위치한 할인 판매소에서 사는 것보다 3~400엔 정도 비싼 건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미리 사놓든, 시내 여행 중에 티켓 판매소에서 사든, 아무튼 USJ 표는 미리 사두자. 당일 아침에 매표소에서 사려면 쭉 늘어선 줄을 보고 백 프로 후회하게 된다. –_-

 

칸사이 소롯토 패스는 칸사이 여행의 필수품이다. 교토, 나라, 코베를 관광에 이틀 이상을 할애할 계획이 있으면 2일권 하나 끊어놓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날짜를 하루 단위로 끊어 쓸 있어서 여행 일정 짜기도 편하고, 2일권은 3,800엔, 3일권은 5,000엔인데, 오사카에서 코베에 위치한 히메지 성에 한 번 다녀오려면 왕복 전철 값만 3,000엔 가깝게 나오니 금전적으로도 제법 남는 장사다. 게다가 이거 하나면 칸사이 지방 내의 전철, 버스를 모두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기도 하다. 지하철 탈 때마다 요금 일일이 계산하고 승차권 구입할 필요도 없으니.

 

칸사이 소롯토 패스는 여행사 등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미리 구입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여행 전에 한국에서 사가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일본에서 현지 구매할 경우에는 판매처가 딱딱 정해져 있고 할인도 받을 없기 때문에 그냥 공항에서 사가는 게 여러 모로 편하다. 여행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증권사 광고가 쩐다. 낄낄낄…

 

칸사이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오사카 난바까지는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게 가장 무난한 루트. 난카이센(南海線)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는데, 보통 열차를 타고 가면 너무 느리니 공항급행 / 라피토 α / 라피토 β 중 하나를 골라서 타면 된다. 공항급행은 그냥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국철 급행이랑 비슷한 개념으로, 특별히 돈을 더 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시간표 상 보통 열차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급행을 기다렸다 타고 가는 식이다.

 

공항급행은 난바까지 890엔에 4~50 분 정도 걸리고, 라피토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그보다 10~15분 정도 빠른 대신 가격이 500엔 더 비싸다. β가 α보다 정차 역이 곳 더 많았던 걸로 기억. 그래서 β보다는 α가 약간 더 빠르다. 가격대 시간 비를 고려한다면 왠만하면 라피토 말고 공항급행 타는 걸 추천하고 싶음.

 

난바행 승차권을 끊는 김에 오사카 카이유 킷푸까지 같이 사려고 혹시 여기서 그것도 파는지 물어봤더니, 칸사이 공항~난바 루트를 이용 가능한 오사카 카이유 킷푸가 따로 있으니 그걸 사는 편이 나을 거라는 직원 아가씨의 말에 그걸로 구입. 카이유칸 입장료가 2,000엔이고 칸사이~난바 승차권이 890엔이니, 일본 도착 당일에 카이유칸 갈 계획이 있는 사람은 이걸 사는 무조건 이익이다.

 

참고로 오사카 카이유 킷푸는 카이유칸 입장권과 오사카 시내 전철 1일 무료 입장권이 합쳐진 패키지 티켓이라고 보면 된다. 저거 끊어서 전철 딱 두 번만 타도 무조건 남는 장사니까, 카이유칸 방문 계획이 있는 여행자는 전철역 승무원에게 문의해서 꼭 구입하시길.

 

일본어 할 줄 몰라서 표 따로 따로 끊었으면 불필요한 손해를 좀 봤을 텐데, 시작부터 몇 백엔 절약하고 들어가서 제법 유쾌한 기분. 이래서 그 나라 말 할 줄 아는 곳으로 여행을 가야 재미있는 일이 많다. 대화를 통해 하나씩 무언가를 풀어 나가는 기분. 리얼 어드벤처 게임이 따로 없구먼. 흐흐.

 

이즈미사노(泉佐野)역. 보통 열차는 여기서 급행으로 갈아타면 된다.

 

플랫폼에 내려가 시간표를 확인하니 다음 공항급행 편을 타려면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3분 후에 출발하는 보통 편을 타기로 결정. 캐리어 질질 끌고 전철에 올라 탔더니 역무원이 혹시 난바까지 가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난바까지 가는 거면 이즈미 역에 내리셔서 급행으로 갈아타는 게 훨씬 빠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이즈미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 갔다. 이런 거 보면 일본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아니, 무작정 친절하다기 보다는 직업 의식이 투철하다고 해야 하려나.

 

역무원 말대로 이즈미사노 역에서 내렸더니 몇 분 뒤에 녹색 라인인 구급(區急) 급행이 있어 그걸로 갈아타고 신속하게 이동했다. 라피토 안 타고 공항급행 이용하는 사람은 무작정 공항급행 올 때까지 칸사이 공항 역에서 기다리지 말고, 일단 보통 잡아타고 이즈미사노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이즈미사노는 공항급행 외에도 구급, 급행 등 여러 급행 열차가 정차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른 급행으로 갈아타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보통 타고 난바까지 가면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리니 절대 보통 타고 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

 

아무튼 이런 걸 보면 일본 전철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급행과 일반 전철을 적절히 섞어서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배려가 잘 되어 있으니. 우리나라도 2호선에 다섯 정거장 간격으로 한 번 씩 서는 급행이 대충 서너 대에 대 꼴로 온다고 치면 얼마나 편할까. 이래서 노선 확장 등이 유리한 지상전철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라 지상에 노선을 깔 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급행용 노선을 지하에 파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그것 참 딜레마로세.

 

 

뒷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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